정치가 말하는 ‘미래산업’, 그 말 속에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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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말하는 ‘미래산업’, 그 말 속에 사람은 없었다

작성일: 2025년 04월 22일

국회는 늘 ‘미래’를 말한다. 그러나 그들의 입에서 나온 ‘미래’라는 단어는, 자주 ‘산업’과 나란히 묶인다. 그리고 그 산업은, 또다시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상징된다. 2025년 4월, 국회는 ‘미래산업포럼’이라는 이름의 포럼을 출범했다. 참석한 의원들, 자문단, 자리에 놓인 키워드들. AI, 로봇, 바이오, 플랫폼, 데이터, 산업 전략, 인재 양성. 그 모든 단어들 속에, 나는 단 한 번도 ‘사람’이라는 단어를 보지 못했다.

물론 사람을 위해 기술을 만든다는 명분은 언제나 따라붙는다. 그러나 그 말은 마치 사족처럼 들린다. 데이터 기반의 정책, 효율을 중심으로 한 행정, 자동화된 절차 속에서 우리는 어떤 감정을 품고 정책을 바라보아야 할까. 나는 기술정책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사람’을 중심에 놓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는 사실을 느낀다. 우리는 효율을 이야기하면서 사람을 잃고 있다.

기술은 누구를 위한 미래인가

국회가 ‘미래산업’을 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정치가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산업 경쟁력과 정책 대응력을 확보하기 위해. 그러나 우리가 놓치는 건, 그 기술의 중심에 서 있는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AI 기술이 사회 전반에 스며드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챗봇, 영상 분석, 자동화된 공공행정, 심지어는 판결 보조 시스템까지. 이 모든 기술은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간은 종종 기술의 심부름꾼이 되고, 데이터의 공급자로만 기능하며, 예측 가능한 패턴으로만 분석된다. 감정도 예측되고, 취향도 분류된다. 그 순간, 인간은 인간으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국회는 왜 ‘미래산업’을 만들었는가

국회 미래산업포럼의 구성을 살펴보면, 정치적 유불리를 고려한 세력 형성과 정책 주도권 확보가 느껴진다. 기술은 이제 정치적 상징이 되었다. 누가 더 앞서가는가, 어떤 산업을 지원하는가, 어떤 기업과 연결되어 있는가. 그 과정에서 가장 사라지는 것은 ‘시민’이다.

과학기술정책은 원래 전문가 중심으로 설계되기 쉽다. 그러나 그 기술이 실현될 사회는 결국 시민들이 살아갈 공간이다. 국회는 기술을 말할 때, 왜 시민의 감정이나 삶의 변화를 함께 말하지 않는가. 기술의 편의성은 논의되지만, 그것이 인간의 고립을 얼마나 증폭시키는지는 다뤄지지 않는다.

기술 중심의 정치, 감정 없는 정책

독일 철학자 한병철은 그의 저서 ‘피로사회’에서, 현대 사회는 성과를 강요받는 피로사회라고 말한다. 나는 그 말이 기술 중심 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본다. 우리는 성과와 혁신을 말하는 정치에 노출되어 있고, 정치는 이제 감정을 배제한 효율을 추구한다.

시민의 감정은 정치의 대상이 아니다. 분노, 고통, 불안, 외로움. 이런 것들은 정량화되지 않기 때문에 정책화되기 어렵다. 그러나 그런 감정들이야말로 기술 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정치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 기술은 그것을 수치화하려 하고, 정치는 그 수치를 근거로 움직인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말하지 못하는 채 침묵을 강요당한다.

기술정치의 윤리, 사람을 위한 질문이 필요하다

우리는 묻지 않는다. 이 기술이 진짜 필요한가? 이 정책이 진짜 인간적인가? 이 AI가 정말로 우리의 삶을 바꾸는가? 우리는 질문하지 않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기술이 점점 더 정치적 권력이 되고 있다.

정치는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가? 아니면 기술이 정치를 지배하는가? 이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데이터는 권력이고, 알고리즘은 체제이며, 플랫폼은 정치가 되어버렸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시민으로서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답은 하나다. 질문해야 한다. 기술이 아닌, 인간을 중심에 둔 질문. 시민의 감정을 회복시키는 정치.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을 마주보는 정책. 그것이 우리가 도달해야 할 ‘정치의 미래’다.

결론: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국회 미래산업포럼이 말하는 ‘미래’는 산업의 언어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진정한 미래는 기술의 언어가 아니라, 사람의 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시민이 감정을 말할 수 있는 공간, 기술에 저항할 수 있는 윤리, 정치가 다시 사람의 얼굴을 기억해내는 사회.

우리는 기술을 말하는 정치 속에서,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말하고 싶다.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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