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재판을 보는 감정, 우리는 법과 판단을 구별할 수 있는가
작성일: 2025년 04월 22일
이재명이라는 이름이 다시 법정 위에 올랐다. 선거법 위반, 허위사실 공표, 그리고 정치적 진실성에 대한 논란. 우리는 그의 재판을 보며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믿으며, 무엇을 판단하고 있는가. 법이 정의를 말하고 있다면, 우리는 감정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두 언어는 자주 어긋난다.
정치인의 재판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이상한 불편함을 느낀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을 판단하는 일이 단지 법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의 말과 행동, 과거와 이미지, 정당과 소속까지 모든 것이 재판정 바깥에서 이미 수많은 평가를 받아버린다. 이재명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1. 정치인은 인간인가, 상징인가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은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있다. 그는 누군가에게는 개혁의 얼굴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포퓰리즘의 아이콘이다. 그가 어떤 말을 하든, 어떤 제스처를 취하든, 그것은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정치적 정체성"이라는 필터를 통해 해석된다.
정치인은 개인이 아니라 기호로 존재한다. 그래서 그들의 법적 문제조차도, 사법적 판단을 넘어 사회 전체의 ‘정치적 성향’을 시험하는 사건처럼 변모한다. 이재명에 대한 재판은, 실제로는 "진보냐 보수냐", "개혁이냐 수구냐", "민주주의냐 포퓰리즘이냐" 라는 거대한 이분법 아래 흡수되고 만다.
2. 법의 언어와 시민의 언어는 같은가
법정에서는 증거와 조문, 판례와 논리가 중심이 된다. 그러나 시민들은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 그들은 ‘기억’을 기반으로 말하고, ‘호감’ 혹은 ‘불신’으로 판단하며, ‘이미지’를 중심으로 결론을 내린다.
정치인의 재판은 이 두 언어가 충돌하는 현장이다. 법이 아무리 무죄를 선고해도,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유죄를 말한다. 또는 그 반대다. 이재명에 대한 재판도 마찬가지다. "법이 판단했으니 끝났다"는 식의 담론은 감정이 얼마나 쉽게 판단을 압도하는지를 간과한 말이다.
3. 우리는 이미 판단을 끝낸 상태에서 재판을 본다
재판이란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사실'을 결정한 채 재판을 바라본다. 언론 기사, 과거 발언, SNS에서 소비된 이미지들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감정적 사실'을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에서 재판이란,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소비된다. 사실이 밝혀지는 과정이 아니라, 내가 이미 정한 결론을 확인받는 의식처럼 되어버린다. 그 결과 재판이 끝나도 사람들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감정은 법보다 완강하고, 판단은 진실보다 앞선다.
4. 정의와 편향의 경계는 얼마나 얇은가
우리는 자주 ‘정의’를 말한다. 그러나 그 정의는 어느 쪽의 감정에서 비롯되었는가. 이재명의 재판을 바라보며 사람들이 기대하는 건 정의의 실현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확증이다.
그 확증은 결국 정치를 더 이념적으로 만들고, 사법 절차를 더 감정적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한 사람의 판결을 넘어 사회의 분열로 이어진다. 감정과 법의 경계는 생각보다 훨씬 얇다. 그 사이에서 정의는 쉽게 미끄러진다.
결론: 우리는 법과 감정을 분리할 수 있는가
법은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그 판단을 받아들이는 일은 감정의 몫이다. 우리는 이재명이라는 인물의 재판을 보며 법과 감정을 얼마나 분리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은 단지 이재명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모든 정치인, 모든 공인, 모든 인간이 법의 영역에 들어섰을 때 우리는 언제나 그들의 말보다 그들의 얼굴을 먼저 떠올린다.
정치와 법이 충돌할 때, 우리는 법의 손을 들어주는 척하면서 사실은 감정의 손을 놓지 않는다. 그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지 않는다면, 어떤 판결도 결코 '사회적 납득'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의 재판은 끝날지 모른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감정의 재판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건, 이 나라가 감정과 판단을 구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더 근본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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