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은 법의 이름으로 내려지지만 인간의 고민으로 쓰인다

728x90

판결은 법의 이름으로 내려지지만 인간의 고민으로 쓰인다

작성일: 2025년 04월 22일

법은 흔히 ‘정의’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사람들은 법정에서 내리는 판결을 절대적이고 중립적인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판결이라는 결과는, 언제나 인간이 쓰고, 인간이 결정한 것이다. 2025년 4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중요한 사건들을 "전원합의체"로 다루고 있다. 그 이름은 절차의 공정함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인간의 표정, 고민, 갈등이 숨어 있다.

1. 전원합의체란 무엇인가: 법의 구조 vs 인간의 선택

전원합의체는 대법원 판사 전원이 모여 한 사건에 대해 최종 판결을 내리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대법원은 소수의 재판부가 맡지만, 사회적 파장이 크거나 판례를 바꿀 필요가 있을 때 전원이 논의에 참여한다.

이 제도는 ‘집단 지성’을 표방하지만, 동시에 ‘집단 책임’의 무게를 안고 있다. 모든 재판관은 자신만의 논리, 철학,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법’이라는 이름 아래서 판단을 해야 한다. 그런데 법은 정말 감정 없이 공정한가? 아니면 공정해 보이기 위해 감정을 감춘 것뿐인가?

2. 판결문에 담기지 않는 사적인 고뇌

우리는 판결문을 통해 판단의 논리를 접한다. 조목조목 근거를 밝히고, 객관적 사실로 구성된 언어의 세계. 하지만 그 문서 한 장 뒤에는 한 사람의 내면에서 수없이 오간 고민이 있다. 정의는 무엇인가, 이 판단은 누구에게 이익이 되고 누구를 무너뜨릴 것인가.

재판관도 인간이다. 그들은 때로 마음속으로 울기도 하고, 누군가의 말에 망설이기도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 사이에서, 법의 조항과 현실의 삶 사이에서 그들은 자신만의 윤리와 싸운다. 그러나 그 모든 갈등은 판결문에 실리지 않는다.

3. 법은 감정을 지워야만 공정한가

많은 사람들은 법이 감정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믿는다.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공정한 판결이라 여긴다. 그러나 그 공정함은 때로 인간의 마음을 지우는 결과로 이어진다.

피해자의 눈물은 논리가 아니고, 가해자의 고통은 증거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이 판결에 완전히 배제된다면, 그 판결은 삶의 일부를 부정한 것과 다름없다. 우리는 언제부터 공정함을 ‘무감정함’과 동일시하게 되었을까?

4. 전원합의체, 절차의 이름으로 감정을 삭제하는 제도

전원합의체는 말 그대로 가장 절차적으로 정교한 제도다. 그러나 그 절차는 종종, 재판관 각자의 목소리를 지우고 하나의 목소리만 남긴다. 소수 의견은 ‘기록’될 수는 있지만, ‘결정’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 결과는 마치 하나의 집단이 한 방향으로만 옳은 판단을 내린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나는 그 과정이 때로는 위험하다고 느낀다. 절차의 완벽함은 인간의 내면을 묻고 지나간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정의’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합의된 타협’에 불과할 수도 있다.

5. 판결은 ‘완전한 정의’가 아니라 ‘가능한 정의’를 향한 흔들림이다

우리는 법정에서 완벽한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사실 판결이란 언제나 타협의 결과다. 완전한 진실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증거와 논리로 접근 가능한 만큼만 다가선 결과일 뿐이다.

그러므로 법정에서의 정의는 “가능한 정의”다. 그 정의는 흔들릴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시대의 가치관에 따라 변형될 수 있다. 그러나 그 흔들림 속에서 판사들은 최선을 다해 인간적인 판단을 하려 노력한다.

나는 그 흔들림을 ‘정의의 실패’가 아니라 ‘정의에 대한 인간적인 접근’으로 본다. 우리가 법에 기대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완전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인간들이 여전히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 법이라는 이름의 결정, 그 안에는 사람의 숨이 있다

전원합의체. 그 이름은 권위의 상징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안에는 인간들이 밤새 고민한 결정, 서로 설득하고 타협하고 반박했던 기록이 숨어 있다. 우리는 그 안에서 법이 아니라 사람을 보아야 한다.

법이 무정한 것이 아니라, 법이 인간적이길 포기한 순간이 위험한 것이다. 판결은 종이 위에 적히지만, 그것은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 그 무게를 진다는 것, 그 책임을 안고 펜을 드는 사람들. 그들을 기억하며 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정의는 감정 없는 절차가 아니라, 끝까지 흔들렸던 인간의 손끝에서 탄생한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