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누군가의 이혼을 구경거리로 만든 걸까
작성일: 2025년 04월 22일
요즘, 뉴스 속 ‘이혼’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누군가의 결혼 소식보다 더 빠르게, 더 널리, 더 자극적으로 퍼지는 것은 늘 '이별'이다. 이혼은 이제 연예계 뉴스의 단골 메뉴처럼 소비되고 있고, 사람들은 그것을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받아들인다. 누구의 잘못인가, 아이는 누구와 지내는가, 위자료는 얼마인가, 그리고 그들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이 모든 질문은, 정작 그 관계 안에 있었던 감정보다는 바깥의 호기심을 위한 것이다.
1. 스타 커플의 이혼, 사랑의 실패인가 끝의 재구성인가
연예인들이 결혼할 때 우리는 축하를 건넨다. 그들이 이혼할 때는 안타까움보다 궁금증이 먼저 따라온다. 그 궁금증은 빠르게 소비되고, 기사의 조회 수를 만들고, 영상 콘텐츠의 메인 키워드가 된다. 그러나 우리는 생각해봐야 한다. 이혼이라는 사건은 정말 ‘누군가의 실패’인가?
이혼은 사랑의 실패가 아니라, 끝의 재구성이다. 오히려 그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고, 감정이 다한 관계에서 서로를 놓아주는 용기일 수 있다. 우리는 그 끝을 '낙인'이 아닌, '변화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대중은 여전히 이혼이라는 단어 앞에서 사건성을 찾으려 하고, 감정의 맥락은 지운다.
2. 관계의 종료에 필요한 마지막 존중
어떤 관계든 끝이 난다는 것은 아프고, 복잡하고, 말로 다할 수 없는 감정이 흐른다. 그 안에는 사랑이 다해버린 체념이 있을 수도 있고, 아직 미련이 남은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했던 시간에 대한 마지막 존중**이 필요하다.
대중은 그 존중을 잊는다. 이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우리는 너무 빨리 ‘판단’에 도달하고 만다. 누가 더 잘못했는가, 누가 더 상처를 줬는가, 누구의 결정이었는가. 그러나 어떤 관계든 끝에 도달한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괴롭고, 이미 충분히 애썼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3. 감정 없는 소비,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사회
우리는 누군가의 고통을 소비하는 데 익숙해졌다. 누군가 울 때, 누군가 무너질 때, 누군가 헤어질 때 우리는 그 장면을 관찰의 대상으로 전환시킨다. 그것이 '공인'이라는 이유로,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된다. 그러나 고통은 누구에게나 고통이다. 공개적으로 드러났다고 해서 더 가볍거나, 더 논쟁적일 이유는 없다.
사람들은 말한다. "공인이니까 감수해야지." 하지만 그 말은, 누군가의 슬픔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무감각해졌는지를 보여주는 말이다. 우리는 지금, 감정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공감 대신 클릭을 택하고, 위로 대신 판단을 내린다.
4. 이혼 이후에도 계속되는 여성 혐오의 프레임
유독 여성 연예인의 이혼 앞에서는 더 많은 비난이 따라붙는다. 그녀가 ‘아이를 버렸다’는 말부터, ‘자기만 잘살겠다’는 말까지.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여성이 짊어진 수많은 역할과 기대를 다 감당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녀는 쉽게 비난받는다.
하지만 왜 여성만 비난받는가? 관계는 둘이 만든 것이고, 이별도 둘이 선택한 것이다. 그녀가 선택한 자유가, 그녀가 택한 삶의 재출발이 왜 사회의 기준 안에서 '도망', '실패', '무책임'으로 낙인 찍히는가.
이 사회는 여전히 여성에게 감정을 표출할 권리보다, 참아낼 책임을 더 많이 요구한다. 그것은 이혼 후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끝을 말하는 여성의 입을, 조용히 막아버린다.
결론: 이혼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문장의 마침표다
우리는 이혼이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 그것은 누군가의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가 더 이상 아프지 않기 위해, 더 이상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내린 삶의 결정이다.
그리고 그 결정은 누군가의 구경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제 누군가의 끝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그 끝이 어떤 마음에서 시작됐을지를 상상할 수 있는 감정적 상상력을 회복해야 한다.
사랑의 끝은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또 다른 삶의 시작이며, 새로운 문장의 마침표다. 우리는 이제 누군가의 이혼 앞에서, 클릭을 멈추고 조용히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나의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자 있는 시간은 외로움이 아니라, 나에게 돌아오는 시간이다 (6) | 2025.04.22 |
---|---|
멀어지는 사람은 이유가 없다,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잊혀진다 (5) | 2025.04.22 |
시간은 흘러간다, 그러나 어떤 감정은 시간을 버티고 남는다 (4) | 2025.04.22 |
특별할 것 없는 하루가 오래 남을 때가 있다 (0) | 2025.04.22 |
나이와 사랑 사이, 오윤아는 연약함을 선택했다 (0) | 2025.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