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식 24편 - 부동산, 자산인가 욕망인가
경제를 이해한다는 것은 삶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부동산을 둘러싼 수많은 통계와 정책, 시장의 흐름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곧 인간의 불안과 미래에 대한 기대, 그리고 ‘안전’이라는 집단 감정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1. 왜 우리는 부동산에 집착하는가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니라 신분, 안전, 자산, 미래를 상징합니다. 집 한 채의 의미는 그저 '사는 곳'을 넘어, '사는 방식'과 '사는 이유'까지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는 불확실한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선택한 가장 확실한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2. 자산이 된 공간
원래 주택은 ‘소비재’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투자와 투기의 대상이 되었고, 자산이 되었습니다. 자산이 된 공간은 이제 거래의 대상이 되고, 가격의 흐름에 따라 삶의 형태까지 달라지게 됩니다. 이 지점에서 부동산은 숫자가 아닌 ‘서사’가 됩니다.
3. 부동산은 숫자보다 감정이다
부동산 가격은 심리의 반영입니다. 기대심리가 시장을 움직이고, 뉴스 한 줄이 가격을 출렁이게 합니다. ‘오를 것 같다’는 믿음이 수요를 만들고, 그 수요는 다시 가격을 올립니다. 결국, 부동산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아니라 기대와 불안이 맞부딪히는 감정의 장입니다.
4. 정책이 통하지 않는 이유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공급 확대, 세제 개편, 대출 규제 등을 시행하지만 시장은 쉽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제도의 언어와 인간의 심리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합니다. 숫자로는 예측할 수 없는 불안과 욕망이 이 시장의 진짜 변수입니다.
5. 주거는 권리인가, 선택인가
주택을 자산으로만 본다면 시장 논리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주거를 ‘인간의 기본권’으로 본다면, 정부와 사회는 주거 안정을 위한 더 근본적인 철학과 방향이 필요합니다. 공공임대, 주거복지, 주택 정의의 논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6. 부동산과 자산 불평등
부동산을 통한 자산 축적은 점점 더 불평등을 심화시킵니다. 집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는 단순한 부의 격차를 넘어, 교육·문화·노후의 차이로 확대됩니다. 자산의 대물림은 계층 이동을 차단하며, 부동산은 ‘계급의 고착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7.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
도시는 삶의 무대이지만, 동시에 투기의 장이 되었습니다. 지역개발과 재개발, 신도시 발표는 언제나 가격 상승을 동반합니다. 그 과정에서 원주민은 밀려나고, 삶의 자리는 사라지며, 도시는 점점 더 자본 중심적으로 재편됩니다. 이것은 ‘도시권’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논쟁을 낳습니다.
8. 우리는 어떤 부동산 담론을 가져야 할까
지금까지 우리는 부동산을 '가격' 중심으로만 말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삶의 공간’으로서 부동산을 다시 정의해야 합니다. 숫자 이전에 사람이 존재하고, 정책 이전에 삶이 존재합니다. 부동산은 더 이상 투자의 대상만이 아닌, 공존의 조건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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